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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마을 축제와 제로웨이스트 운영 성공사례 (쓰레기 없는 축제)

마을 축제는 지역 주민의 정체성과 문화를 표현하고, 외부 방문객과의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지역 이벤트다. 하지만 대부분의 축제 뒤에는 일회용 쓰레기, 포장재, 음식물 잔여물 등 대량의 폐기물이 남는다.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문화 조성을 위한 행사였던 축제가, 오히려 지역 환경에 부담을 주는 모순된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최근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쓰레기 없는 축제(Zero Waste Festival)’다. 이는 단순히 쓰레기를 적게 버리자는 차원을 넘어서, 축제의 기획 단계부터 자원 순환 구조를 설계하고, 참가자, 판매자, 운영진 모두가 함께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구조로 운영되는 축제를 의미한다. 특히 마을 단위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확산되면서, 축제도 이 흐름과 연결되어 지속 가능한 지역 문화 모델로 재탄생하고 있다.

 

마을 축제와 제로웨이스트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 마을 축제의 대표적인 국내외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그 운영 방식과 핵심 전략, 실천 성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나아가 쓰레기 없는 축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앞으로 한국 지역사회에 주는 시사점도 함께 정리해 본다.

 

쓰레기 없는 축제를 위한 제로웨이스트 설계 요소와 운영 전략

제로웨이스트 축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자’는 슬로건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축제 기획 단계에서부터 자원 순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일회용품 미사용 원칙 설정, 다회용기 대여 시스템 도입, 분리배출 안내 및 회수 인력 배치, 리필존·음식물 퇴비화 시설 마련, 업체 사전 협약 등의 전략이 포함된다.

 

대표적인 예는 전라남도 순천시의 ‘순천만 에코축제’다. 이 축제는 지역 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와 순천시가 협업해, 플라스틱컵·비닐봉지·일회용 식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행사장 전역에 다회용기 회수소와 리필음료 부스, 생분해 봉투 교환소를 설치했다. 특히 음식 판매 부스에는 모두 공통 규격 다회용기를 제공했고, 세척은 인근 사회적 기업이 담당해 일자리 창출도 함께 도모했다.

 

또한 ‘쓰레기 분류 부스’를 운영해 방문객이 직접 본인의 쓰레기를 분리하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부스에서는 분리배출 방법을 그림으로 안내하고, 올바른 분류를 할 경우 소정의 보상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이는 실질적인 참여와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한편 운영진과 판매자 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경기 양평군의 ‘제로웨이스트 농촌체험축제’는 축제 2주 전부터 모든 부스 운영자를 대상으로 ‘포장재 없는 판매법’, ‘다회용기 사용 요령’, ‘쓰레기 발생 시 대처 매뉴얼’을 교육했다. 또한 판매자에게 포장 없는 거래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판매 실적과 무관하게 ‘친환경 실천 상’을 따로 수여해 동기를 유도했다.

 

축제 운영 전략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주민 자원봉사자 활용이다. 다회용기 배부, 쓰레기 분리 교육, 리필존 운영 등은 모두 주민들이 담당했고, 이 참여는 단순한 인건비 절감이 아니라 축제를 ‘우리 마을의 실천 무대’로 인식하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국내외 제로웨이스트 축제 성공사례 비교와 실질적 성과

국내에서는 쓰레기 없는 축제를 시도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강원도 정선군의 ‘슬로우 마을축제’는 ‘비닐 제로’를 선언하고,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천가방을 입장권과 함께 배포했다. 방문객은 이 가방을 이용해 간식을 담고 기념품도 챙길 수 있었으며, 행사 종료 후 가방을 반납하면 지역 농산물을 교환받는 방식으로 재사용률을 극대화했다.

 

이 축제는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기존 대비 87% 줄였고, 전체 쓰레기 발생량도 약 7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방문객 만족도 조사에서는 “쓰레기 없는 환경이 더 쾌적했다”, “나도 평소에 실천해보고 싶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축제를 통해 비판이 아닌 참여와 공감의 문화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해외 사례로는 영국 브리스톨시의 ‘업페스트(Upfest)’ 예술축제가 대표적이다. 이 축제는 ‘플라스틱 프리’를 선언하고, 축제장 내 모든 음식 부스에 다회용기와 재사용 컵 보증금 시스템을 도입했다. 참가자는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환급받았고, 이를 통해 컵 회수율이 95% 이상을 기록했다. 또한 공공화장실에는 생분해 비누와 대나무 칫솔을 비치해 환경적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이 축제는 플라스틱 감축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문화 콘텐츠 개발에도 집중했다. 쓰레기 조형물 전시, 업사이클링 패션쇼, 어린이 리사이클링 워크숍 등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지속 가능성은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는 ‘행사 종료 후에도 실천이 이어지는 효과’를 창출한 사례다.

 

이처럼 쓰레기 없는 축제는 단지 환경 보호를 위한 시도가 아니라, 마을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실험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특히 마을 단위에서 시작된 제로웨이스트 축제는 주민 실천 기반과 연결되면서, 그 효과와 영향력이 훨씬 깊고 오래 지속된다.

 

제로웨이스트 축제는 ‘불편한 시도’가 아닌 ‘더 나은 전환’

마을 축제에서 쓰레기를 없애는 시도는 단순히 ‘환경보호’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공동체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실천이다. 축제를 통해 주민들은 자신이 만든 마을에서 직접 실천하며, 방문객은 그 문화를 경험하고 배워간다. 결국 제로웨이스트 축제는 환경, 공동체, 경제, 교육이 통합되는 복합적 전환의 장이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 축제가 쓰레기 없는 구조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행정과 커뮤니티 간의 유기적 협업 구조. 둘째, 운영자와 참여자 모두를 위한 표준화된 실천 매뉴얼과 인센티브 시스템. 셋째, 쓰레기 감축 성과를 수치로 가시화하고, 교육 콘텐츠로 확산할 수 있는 설계다.

 

축제는 끝나도 실천은 계속되어야 한다. 제로웨이스트 축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삶의 방식 전환을 보여주는 작은 사회적 실험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실험은, 점점 더 많은 마을에서 현실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