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와 교육: 초중등 환경교육 커리큘럼에 제안하는 모델

editor-2025 2025. 7. 22. 18:15

왜 지금, 학교 교육에 제로웨이스트가 필요한가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이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는 현실이 되었다.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플라스틱 제한,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런 거시적 해결책 이전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바로 개인의 일상적인 환경 감수성과 행동 실천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교육이다.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기의 교육은 환경 감수성을 심화하고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철학을 내면화하는 데 결정적인 시기다.

 

그런 의미에서 제로웨이스트는 더 이상 ‘성인의 생활 실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어릴 때부터 자원의 순환 개념, 불필요한 소비 줄이기, 쓰레기의 흐름 알기 등 실생활 중심의 환경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 중심에 제로웨이스트가 자리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환경교육이 ‘지식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행동 중심’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고, 제로웨이스트는 그 전환에 가장 적합한 교육 철학이자 실천 주제가 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와 초중등 환경교육 커리큘럼

기존 초중등 환경교육의 한계와 개선 필요성

우리나라의 초중등 환경교육은 ‘통합교과’, ‘과학’, ‘도덕’ 과목 안에 일부 포함되어 있거나, 창의적 체험활동의 프로젝트 주제로 선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환경이라는 주제가 ‘깨끗하게 지내요’, ‘자연을 소중히 해요’ 수준의 추상적 메시지로 전달되며, 구체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중학교에 이르면 생태계, 기후 변화, 재활용, 탄소발자국 등에 대한 내용이 등장하지만, 여전히 ‘시험을 위한 지식’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학생 스스로 생활 속에서 환경 문제를 체감하거나 행동을 바꾸는 경험은 부족하다. 예컨대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배웠다 해도, 점심시간에 일회용 수저를 쓰거나 간식으로 포장 과자가 제공될 때,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는 단순히 교육 콘텐츠의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환경교육이 일상생활과 분리된 채 진행되고, 학생이 주체가 되는 실천 기회가 부족하며, 교사 또한 실질적 커리큘럼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제로웨이스트’처럼 실천과 연결되는 주제는 교사가 직접 시범을 보이거나, 학교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가 갖춰져야 효과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시간 부족, 시설 미비, 교육자료의 한계 등으로 인해 단기 프로젝트성 행사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는 결국 ‘환경 교육’이 아니라 ‘환경 행사’로 퇴색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학생들에게는 교육이 아닌 ‘일회성 캠페인’으로 기억되기 쉽다. 따라서 제로웨이스트를 중심에 둔 교육 커리큘럼을 설계할 때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관찰하고, 분석하고, 변화하고, 공유하는 구조를 통해 ‘체화된 교육’이 되도록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로웨이스트 기반 커리큘럼 제안: 내용, 방식, 평가

효과적인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 주입형 학습 방식에서 벗어나, 관찰 → 참여 → 실천 →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커리큘럼 설계가 필요하다. 아래는 초중등 학교 현장에서 실행 가능한 3단계 모델 커리큘럼이다.

 

1단계 인식: ‘우리 생활에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가?’

수업 초기에는 ‘우리 학교 하루 쓰레기량 측정하기’, ‘급식 후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무게 재기’, ‘가정에서 일주일 동안 내가 배출한 플라스틱 수 기록하기’ 등의 활동을 통해 쓰레기의 양과 종류를 눈으로 확인하고 데이터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학생들이 평소 당연하게 지나쳤던 소비와 폐기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인식하게 해주는 데 효과적이다.

 

교과 통합 방식으로 접근하면 효과가 크다. 예를 들어 수학 시간에는 ‘우리 반 하루 쓰레기 양 × 학급 수 × 연간’ 같은 계산을 통해 학교 단위의 환경 발자국을 수치화해 보고, 과학 시간에는 그 쓰레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적으로 탐색할 수 있다.

 

2단계 실천: ‘작지만 바꿀 수 있는 생활 습관 실천하기’

학생들은 관찰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만의 쓰레기 줄이기 미션’을 정하고 실천한다. 예컨대 일주일간 일회용 비닐 사용 줄이기, 포장재 적은 간식 선택하기, 집에서 분리배출 정확히 하기, 손수건 쓰기, 급식 트레이 비우기 등의 생활 속 실천 과제를 정해본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교사나 학교가 미션을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실천 결과를 기록하는 자율적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다. 학교는 이를 위해 활동 일지나 포트폴리오 양식을 제공하고, 중간 점검과 발표의 시간을 통해 지속적인 동기를 부여한다.

 

또한, 학급별로 제로웨이스트 아이디어 경진대회, 친환경 생활템 만들기 공모전, 제로웨이스트 마켓 기획 발표회 등을 운영하여 학생의 실천이 공공의 담론으로 이어지도록 확장시킬 수 있다.

 

3단계 공유: ‘나의 실천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과 연결하기’

단순한 실천에 그치지 않고, 그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과정은 제로웨이스트 교육의 완결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작성한 활동일지를 바탕으로 에세이나 영상, 발표 자료 등을 제작하고, 학급이나 전교 모임에서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 제작 기술, 공감 능력, 협업력 등이 자연스럽게 향상되며, 실천이 하나의 문화적 메시지로 전환된다. 일부 학교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제로웨이스트 브이로그’, ‘환경 카툰 그리기’, ‘에코 캠페인 음악 만들기’ 등을 시도하며 교육과 콘텐츠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와 연결해 지역 환경단체와 연계한 탐방이나 봉사활동, 마을 청소 프로젝트, 제로웨이스트 마켓 참여 등 교육과 지역을 연결하는 공동체 학습도 좋은 융합 사례가 된다.

 

‘배움’이 ‘실천’이 될 때, 진짜 교육이 시작된다

지금의 학교 교육에서 환경은 점점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환경교육은 캠페인 수준이나 일회성 수업으로 소모되고 있으며, 그 결과 학생들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공백을 채우는 키워드가 바로 ‘제로웨이스트’다.

 

제로웨이스트는 일상과 맞닿은 가장 실천적인 환경철학이며, 아이들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배울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환경교육 모델이다. 특히 초중등 시기에는 사고의 틀이 형성되고, 습관이 고착화되는 시기이기에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한 실천을 넘어, 가치관과 태도의 근간을 형성하는 교육이 될 수 있다.

 

교실 안에서 교과서로 배우는 환경이 아니라, 교실 밖에서 생활로 확장되는 환경교육, 그 중심에 제로웨이스트를 두는 것은 단순한 교과 혁신이 아니라 세대 전환의 전략이다.


학생들이 쓰레기를 줄이는 활동을 넘어서, 왜 줄여야 하는지를 스스로 설명하고,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짜 지속 가능한 교육의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이제는 ‘깨끗이 사용해요’라는 구호보다, ‘이건 왜 버리지 않고 다시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교실 안에 울려 퍼져야 할 때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가능하게 하는 수업, 그런 탐색을 허락하는 커리큘럼이 바로 제로웨이스트 기반 환경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