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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대한민국 최초 제로웨이스트 마을 조성의 배경과 성과 분석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도시화와 소비문화가 확산된 국가 중 하나다. 이러한 배경에서 생활폐기물의 양은 꾸준히 증가해왔고, 플라스틱, 포장재, 일회용품 등의 과잉 사용은 환경 오염뿐 아니라 자원 낭비 문제까지 낳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와 배달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폐기물 발생 구조는 개인의 편의를 중심으로 고착되었고, 이는 도시뿐 아니라 농어촌까지도 심각한 쓰레기 문제에 직면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재활용률 향상과 분리배출 교육을 강조해왔지만, 상당수 폐기물이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현실은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실제로 통계청과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재활용률은 표면적으로는 높게 나타나지만, 실질적인 자원순환율은 주요 OECD 국가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쓰레기 ‘처리’가 아닌 ‘발생 자체를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접근법이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마을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공동체 단위 실천모델로,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원을 순환시키고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생활방식을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구조다. 대한민국에서도 이러한 모델을 실제로 정책화한 사례가 있으며, 그 시작은 전라남도의 한 작은 마을이었다.

 

대한민국 제로웨이스트 마을 조성의 배경과 성과

 

제로웨이스트 마을의 조성 배경과 추진 과정

전라남도 완도군의 한 어촌 마을은 2022년 말부터 대한민국 최초로 제로웨이스트 마을 조성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마을은 인구 감소, 고령화, 해양 쓰레기 문제, 낚시객의 쓰레기 투기 등 다양한 환경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 특히 마을 인근에 소각장을 설치하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환경적 위기의식이 빠르게 확산되었고, 단순한 반대 운동을 넘어서 근본적인 대안을 찾고자 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마을 주민과 함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참여형 모델’을 제안했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환경단체 및 연구진의 지원과 워크숍을 통해 점차 실천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마을 내에서는 가구당 폐기물 배출 실태를 조사했고, 이를 바탕으로 ‘1일 평균 쓰레기 배출량’, ‘재사용 가능 품목 비율’, ‘분리배출 정확도’ 등의 수치가 구체적으로 측정되었다.

 

그 결과, 주민 1인당 하루 쓰레기 배출량은 약 920g에 달했고, 그중 60% 이상이 감량 또는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를 계기로 주민들은 ‘제로웨이스트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마을 차원의 자발적 실천 시스템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6개월간의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실질적인 행동 변화가 관찰되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23년부터는 공식적인 제로웨이스트 정책이 전면 시행되었다.

 

생활 방식의 변화와 주민 참여의 결실

이 마을이 채택한 실천 방식은 단순한 분리배출 캠페인을 넘어선 ‘생활 구조 전환’에 가까웠다. 마을 전역에 걸쳐 리필 스테이션이 설치되어, 세제, 주방세제, 샴푸 등 일상 생활용품을 플라스틱 용기 없이 구매할 수 있게 했고, 기존의 일회용 비닐 대신 다회용 그물망과 천 가방이 배포되었다. 이러한 생활 도구는 마을의 공동 자산으로 관리되었고, 주민들은 필요할 때 대여하고 사용한 후 반납하는 구조를 통해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구 단위의 퇴비화 교육이 병행되었고, EM 발효제를 활용한 자연 퇴비화 방식이 도입되었다. 이 퇴비는 마을 공동 텃밭에서 사용되었으며, 주민들이 함께 농산물을 재배하고 나누는 순환 구조로 발전했다. 마을 내 상점들도 변화에 동참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을 중단하고, 유리병이나 종이 포장으로 대체했으며, 이에 참여한 상점은 마을로부터 ‘제로웨이스트 협력점’으로 인증받았다.

 

또한, 마을은 분리배출 정확도를 기준으로 포인트를 제공하는 ‘친환경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포인트는 마을 식당, 카페, 공공시설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었고,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쓰레기 감량에 참여하게 되었다. 월 1회 이상 마을 회의에서 실천 성과와 문제점을 공유하며, 주민 스스로가 규칙을 제정하고 실행하는 구조도 마련되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고령층과 청소년의 참여율이 높았으며, 환경 교육을 통해 세대 간 연대도 강화되었다.

 

정책 성과와 전국 확산을 위한 제언

해당 마을은 제로웨이스트 정책을 시행한 지 1년 만에 폐기물 발생량을 약 76%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일회용품 사용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음식물 쓰레기의 80% 이상이 퇴비로 전환되었으며, 플라스틱 사용량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마을 주민들은 변화된 생활방식을 오히려 더 편리하게 느끼고 있으며, 실천에 대한 자긍심도 형성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마을 전체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했고, 실제로 지역 내 이탈 인구가 줄어들고 외부 방문객은 증가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환경적 효과 외에도, 마을은 새로운 소득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리필 제품 판매, 퇴비 생산, 친환경 상품 개발 등은 지역 기반의 마을기업으로 연결되었고, 도시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체험 관광은 관광 수입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다층적 성과는 단순히 ‘쓰레기 없는 마을’이라는 타이틀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물론 해결 과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행정적 예산의 지속 가능성, 외지인의 낮은 실천율, 정책 확산을 위한 인프라 부족 등은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마을은 제로웨이스트가 실현 가능한 개념이며, 실제 생활 속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앞으로 전국 각지에서 이와 같은 모델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의지와 더불어 주민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이 결합된 거버넌스 체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