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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마을에서의 주민 참여 방식 비교 (국내 vs 해외)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단순한 분리배출 강화나 일회용품 감축을 넘어서, 개인의 생활 방식과 공동체 구조 전체를 변화시키는 실천 운동이다. 이 운동이 마을 단위로 확산되면서 ‘제로웨이스트 마을’이라는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쓰레기 없는 마을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바로 ‘주민 참여’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와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어도, 실제로 주민이 참여하지 않으면 제로웨이스트는 실현될 수 없다.

 

국내와 해외 제로웨이스트 마을의 주민 참여 방식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국내와 해외에서의 주민 참여 방식에 의미 있는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행정 주도형 모델이 많고, 교육과 홍보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면, 해외에서는 자율성과 공동체 기반 거버넌스가 상대적으로 더 발달해 있다. 물론 이는 단순한 비교로 단정할 수 없으며, 각 나라의 문화와 제도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를 이해하고 적절히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마을의 주민 참여 방식과, 일본·유럽 등 해외 사례에서 나타나는 참여 구조를 비교해 보며, 각각의 특징과 강점, 그리고 보완할 수 있는 지점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앞으로 지속 가능하고 실질적인 주민 참여 모델을 정립하기 위한 방향성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제로웨이스트 마을의 주민 참여 구조

대한민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마을은 대부분 지자체의 정책 주도 아래, 주민이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 사업이 처음 시작될 때, 행정기관이나 환경 단체가 중심이 되어 홍보와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주민들에게 실천을 유도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때 주민 참여는 워크숍, 설명회, 분리배출 교육, 캠페인 참여, 협의체 구성 등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의 한 마을은 시범적으로 리필 스테이션과 퇴비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주민 대상 실습 교육을 실시했다. 주민들은 참여 서명을 통해 ‘제로웨이스트 동참 선언’을 하고,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실천 일지를 작성하거나, 마을 회의에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이 구조는 초반에는 강한 추진력을 갖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민 참여가 점차 수동적으로 변하거나 일부 사람들에게만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지속적인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요구가 많다. 쓰레기 감량 실적에 따른 포인트 지급, 분리배출 우수 가정에 대한 보상, 마을 화폐 지급 등의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한다. 이 방식은 효과적일 수 있으나, 인센티브가 줄어들면 참여율도 함께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현재의 구조는 일정 수준까지는 효과가 있지만, 자발적 실천과 장기 지속성을 확보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해외 제로웨이스트 마을의 자율형 참여 모델

해외, 특히 일본, 독일, 스페인 등에서 운영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마을들은 주민 주도형 참여 모델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가미카쓰 마을은 20년 넘게 제로웨이스트 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행정은 ‘지원자’이고, 실제 정책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주민들이라는 점이다.

 

가미카쓰 마을에서는 45가지 이상의 분리배출을 시행하고 있지만, 해당 기준은 행정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마을 회의를 통해 주민 스스로 만든 것이다. 분리수거장에는 담당 주민 자원봉사자가 상주하며, 초보 주민이나 외부 방문객에게 직접 방법을 설명해 주는 문화가 있다. 이러한 ‘동료 간 교육 구조’는 참여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주민 간 유대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유럽의 제로웨이스트 마을들은 환경 교육보다는 ‘거버넌스 참여’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주민이 위원회나 협동조합을 직접 구성하고, 쓰레기 감량 목표, 재활용품 수익 배분, 지역 내 친환경 예산 사용 방안을 스스로 결정한다. 예산은 행정이 지원하되, 결정권은 주민이 갖는 구조다.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수거해 퇴비화한 뒤, 그 퇴비를 지역 농가와 공유하며 ‘친환경 자립경제’를 만들어간다.

 

이처럼 해외 제로웨이스트 마을의 주민 참여 방식은 단순한 실천자 수준이 아니라, 운영 주체로서의 정체성과 책임감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발성은 물론 지속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참여 방식의 차이, 그리고 융합의 가능성

국내와 해외의 제로웨이스트 마을에서 나타나는 주민 참여 방식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는 행정 주도형 참여 유도, 해외는 주민 자율형 거버넌스라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이 차이는 각국의 행정 시스템, 시민 의식 수준, 문화적 배경에 따라 형성된 것이므로 어느 한 쪽이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내 제로웨이스트 마을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 사례에서 보여주는 자율성과 책임감 기반의 참여 모델을 점차 흡수하고 융합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인센티브 기반 참여는 유효하지만, 그것이 장기적 동기부여로 연결되려면 주민 스스로가 정책의 설계자이며 실행자라는 인식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앞으로 국내에서는 ‘주민 거버넌스 위원회’, ‘자발적 규칙 수립’, ‘참여 기반 평가 시스템’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면서, 실천 중심의 참여를 ‘자기 주도적 운영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결국 성공적인 제로웨이스트 마을은 쓰레기를 줄이는 마을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바꾸는 마을이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단단한 주민 참여 방식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