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키워드는 단연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와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다. 제로웨이스트는 폐기물 발생 자체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생활 방식, 순환경제는 생산과 소비 이후 자원을 다시 활용해 폐기를 최소화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이 둘은 원리적으로 맞닿아 있으며, 실천 구조에서도 긴밀히 연결된다.
다만 제로웨이스트가 개인이나 커뮤니티 중심의 실천 문화에서 출발한다면, 순환경제는 기업·산업·정책 차원의 시스템 변화에서 출발한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실제 지역 단위 적용에서는 이 두 개념이 동시에 작동하거나 상호 보완적으로 융합되며, 그 접점에서 폐기물 감축과 경제 활성화라는 이중 효과를 창출한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와 순환경제가 어떻게 결합되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 지역·기업·커뮤니티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효과를 내고 있는지를 사례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더불어 이 융합 모델이 한국 사회에 어떤 가능성과 방향성을 제시하는지도 함께 짚어본다.
제로웨이스트와 순환경제가 만나는 구조적 접점
제로웨이스트와 순환경제는 모두 “버리지 않고, 다시 쓰는 사회”를 지향한다. 제로웨이스트가 가정과 커뮤니티 차원에서 쓰레기 감량을 실천한다면, 순환경제는 생산과 유통, 소비와 회수 전 과정을 연결해 시스템 차원의 순환 구조를 설계한다. 두 모델이 효과적으로 융합되려면 ‘순환 가능한 자원’을 중심으로 주민과 기업, 행정이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며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접점은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이다.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는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는 실천이지만, 순환경제 관점에서는 회수 → 세척 → 재공급까지 이어지는 자원 흐름을 관리하는 경제 구조가 된다. 서울 성동구는 민간 스타트업과 협력해 지역 내 카페에 다회용기 사용을 도입했고, 수거-세척-재공급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되며 쓰레기 감축과 고용 창출을 동시에 실현했다.
또 하나의 결합 사례는 지역 내 음식물 자원화다. 제로웨이스트 마을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를 지역 퇴비화 시설에서 퇴비로 전환하고, 그 퇴비를 지역 농가에 공급하는 구조다. 경남 진주시의 한 마을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마을 음식물 쓰레기의 80% 이상을 퇴비화했고, 이 퇴비로 생산된 농산물을 마을 직거래 장터에서 판매하면서 순환경제의 자립 구조를 만들었다.
이 외에도 ‘리유즈(Reuse) 리사이클 숍’이나 ‘제로웨이스트 편집숍’은 소비자의 실천(제로웨이스트)과 중고 상품 유통 및 재가공(순환경제)을 연결하는 거점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매장은 단순한 판매점이 아니라 교육·체험·거래가 동시에 이뤄지는 복합 플랫폼으로, 자원 순환을 지역 내에서 실현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실제 적용 사례 분석: 유럽·일본·한국 비교
유럽에서는 이미 제로웨이스트와 순환경제의 결합 모델이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스페인 카푸나(Capannori) 마을은 지역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쓰레기 수거 → 재분류 → 수선 → 재판매까지 지역에서 일괄 처리한다. 이 구조는 주민 실천(제로웨이스트)과 수익 구조(순환경제)를 통합한 모델이며, 실제로 마을 내 20명 이상의 고용이 창출되었다. 이 시스템은 유럽연합의 순환경제 프레임워크 지원을 받아 확장되고 있다.
일본 가미카쓰는 제로웨이스트 교육과 실천 중심의 마을이지만, 최근에는 마을 리사이클 센터에서 수거된 품목 일부를 수선해 상품화하거나, 퇴비를 비료로 판매하는 순환경제 시스템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센터 내에 숙박·체험·판매가 가능한 복합 플랫폼이 구축되어 있어, 관광객에게는 교육 콘텐츠가, 주민에게는 경제 구조가 제공되는 융합 모델로 진화했다.
한국의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서울 강동구는 지역 사회적 기업과 협력해 폐자전거 리사이클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자전거를 수리해 저소득층에 제공하거나 공공자전거 시스템과 연계해 자원을 재사용한다. 이는 쓰레기 감축, 사회복지, 지역경제 활성화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로, 제로웨이스트 + 순환경제 + 사회적 가치가 통합된 사례다.
또한 부산의 B지구는 ‘제로웨이스트 카페-리필스테이션-다회용기 렌탈’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그 운영을 지역 청년 협동조합이 맡도록 하여 일자리 창출과 도시형 순환 모델 구축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도 실천과 수익, 환경과 경제가 맞물리는 ‘융합형 순환 모델’이 조심스럽게 시도되고 있다.
실천과 시스템이 만나야 지속 가능해진다
제로웨이스트는 개인과 커뮤니티의 실천에서 출발한다. 순환경제는 정책과 산업, 유통과 기술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이 두 흐름이 만날 때, 생활의 변화와 시스템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진정한 지속 가능성의 출발점이다.
앞으로 지역 단위 제로웨이스트 정책은 단순한 캠페인과 교육을 넘어, 순환경제와의 결합을 통한 실질적인 생태계 설계로 나아가야 한다. 생활 속 실천이 자원화되고, 그 자원이 다시 주민에게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때 주민의 참여는 강화되고, 실천은 장기화된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제도적 설계, 민간기업과 사회적기업의 참여, 주민 교육과 인센티브 구조가 모두 조화롭게 작동해야 한다. 동시에 데이터 기반 운영과 지역 맞춤형 설계도 병행되어야 한다. 더 이상 환경 실천과 경제가 분리될 수 없는 시대다.
제로웨이스트와 순환경제는 환경과 경제, 실천과 시스템을 연결하는 최적의 조합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것을 지역 단위에서 어떻게 구체화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실행 전략과 협업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되었다. 남은 건 본격적인 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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