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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마을 내 공유경제(공유부엌, 공유창고) 도입 방안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확산되면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만이 아닌, 생활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과잉 구매를 피하며, 자원을 재사용하고, 지역 내에서 효율적으로 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는 공유경제가 있다. 특히 공유부엌, 공유창고, 공유도구와 같은 실생활 공간 기반의 공유 시스템은 제로웨이스트 마을 조성에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공유경제는 단순히 자원을 함께 쓰는 것이 아니다.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접근성을 높이며, 새로운 공동체 기반의 경제 구조를 창출하는 방법이다. 제로웨이스트 마을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쓰레기를 줄이는 기술과 시스템뿐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쓰고 돌볼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제로웨이스트 마을 내 공유경제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마을 내에서 도입 가능한 공유경제 모델 중 ‘공유부엌’과 ‘공유창고’ 중심의 운영 방식과 도입 방안을 정리하고, 성공적인 실행을 위한 조건과 전략을 함께 살펴본다.

 

공유부엌과 공유창고: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생활 거점

공유부엌: 음식물 쓰레기와 과잉소비를 줄이는 공동의 공간

공유부엌(Community Kitchen)은 하나의 부엌 공간을 여러 주민이 함께 사용하며, 식재료를 나누고 음식을 함께 조리하는 공유 공간이다. 전통적인 개념은 단순한 요리 장소를 제공하는 것에 그쳤다면, 최근 제로웨이스트 마을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감축, 로컬푸드 연계, 식재료 순환 구조와 함께 설계되고 있다.

공유부엌의 주요 기능은 다음과 같다:

  • 식재료 공동 구매 및 남은 식재료 순환 사용
    마을 단위로 식재료를 공동 구매하면 포장재를 줄이고 단가를 낮출 수 있으며, 쓰고 남은 재료는 공유부엌에서 다른 요리에 활용 가능하다.
  • 음식물 쓰레기 감축 교육 및 실습 공간
    공유부엌에서는 ‘남은 재료 활용법’, ‘제로웨이스트 조리법’ 등의 워크숍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 습관을 공유할 수 있다.
  • 퇴비화와 연결된 순환 시스템
    부엌에서 나온 음식물 찌꺼기는 곧장 마을 내 퇴비화 시설로 이동해, 텃밭과 커뮤니티 정원에 비료로 사용되는 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실제로 서울 은평구와 강원도 홍천군의 일부 마을에서는 공유부엌을 통해 마을 단위의 ‘잔반 제로 프로젝트’를 시범적으로 운영한 바 있고, 그 과정에서 1인 가구의 남는 재료 활용률이 30% 이상 향상, 쓰레기 배출량은 약 20% 감소하는 성과를 얻었다.

공유창고: 불필요한 구매를 줄이고 자원을 순환시키는 물리적 플랫폼

공유창고는 생활용품, 공구, 계절 가전, 캠핑장비 등 주기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공동으로 보관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공유 공간이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측면에서 보면, 공유창고는 ‘소유하지 않고도 소비하는’ 새로운 소비문화의 실현 공간이다.

공유창고가 제로웨이스트에 기여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 물품 순환을 통한 불필요한 구매 방지
    청소기, 텐트, 제빙기, 제습기처럼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을 서로 빌려 쓰면 낭비되는 자원과 폐기물이 줄어든다.
  • 수리와 재사용의 거점 역할
    고장난 물건을 수리할 수 있는 공구나 DIY 키트를 비치하면, 마을 단위의 수리 문화가 형성되며 수명이 연장된다.
  • 나눔과 교환의 중심지로 기능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증하거나 교환하는 활동도 공유창고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는 ‘물건 재사용률’을 자연스럽게 높인다.

예를 들어 전북 전주시의 ‘제로웨이스트 센터’에서는 공유창고 안에 소형 공구, 계절 용품, 캠핑 도구, 책상 의자 등 100여 종 이상의 물품을 비치해 두고 마을 주민 누구나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구조를 통해 지역 내 생활 폐기물의 상당 부분이 발생 단계에서 차단되고 있다.

 

공유경제 기반 시설 도입을 위한 실행 전략과 조건

공유부엌과 공유창고는 매우 실용적인 모델이지만,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만든다고 해서 자율적 운영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실제 마을 단위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과 조건이 필요하다.

거버넌스 체계의 정착

공유공간은 관리자 없이 지속 운영되기 어렵기 때문에, 마을 거버넌스 구조 안에서 책임자, 운영자, 사용자 간의 역할 분담이 명확해야 한다.
마을회, 주민협의회, 협동조합 형태의 운영 주체가 구성되어야 하며, 운영 회비 또는 지역 예산 지원 등의 재정 구조도 병행되어야 한다.

사용자 교육 및 이용 규칙 확립

공유공간은 공공성 기반으로 운영되므로, 초기에는 사용자 교육과 실천 가이드 제공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부엌 이용 시 청소 규칙, 식재료 기한 표시법, 창고 이용 시 반납 기한, 손상 시 책임 규정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디지털 도구와 연계한 운영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예약 시스템, 공유 물품 검색, 대여 기록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면, 효율적인 운영과 함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몇몇 지자체에서는 ‘공유 물품 앱’ 또는 ‘마을 공유 플랫폼’을 자체 개발하거나 오픈소스를 통해 구축하고 있다.

지역 자원과의 연결

공유부엌에는 마을 농산물 직거래와 로컬푸드 유통이 연결될 수 있고, 공유창고에는 수리 전문가, 지역 공방, 재사용품 판매 상점과의 협력이 가능하다.


이처럼 지역 자원과 연계하면 실천이 단순한 소비 절감이 아닌 지역 경제와 순환 생태계 구축으로 확장된다.

 

공유는 쓰레기를 줄이는 또 하나의 실천이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소비의 구조를 바꾸는 실천이다. 그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공유경제 모델이며, 특히 공유부엌과 공유창고는 생활 밀착형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뿌리내릴 수 있는 거점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마을 단위 실천에서 ‘분리배출을 잘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떻게 공동체가 자원을 함께 쓰고, 함께 줄이고, 함께 돌볼 것인가가 실천의 핵심 질문이 되어야 한다. 공유경제는 그 질문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대안이다.

 

앞으로 제로웨이스트 마을 조성 계획을 수립하거나 정책적 지원을 설계할 때, 반드시 공유경제 기반 공간 모델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생활 속에서 자원의 흐름을 바꾸고, 사람들의 관계를 재구성하며, 실천을 일상화하는 구조적 해법이기 때문이다.

 

제로웨이스트는 결국 ‘혼자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공유는 그 구조를 열어주는 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