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힐링이자 소비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순간, 그 소비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매우 가능성이 크다. 비행기 이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 일회용품 과다 사용, 플라스틱 포장된 기념품, 호텔 어메니티 낭비 등은 한 번의 여행이 수많은 쓰레기와 탄소를 배출하게 만든다. 특히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일수록 폐기물 문제가 심각해지고, 지역 주민의 삶과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배경 속에서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개념이 바로 ‘제로웨이스트 관광(Zero Waste Tourism)’이다. 이는 관광객의 환경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여행의 전 과정—이동, 숙박, 식사, 쇼핑, 체험 등—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도록 설계된 여행 모델이다. 그중에서도 여행사나 지역기관이 주도하는 제로웨이스트 관광 패키지 상품 개발은 환경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상품 개발에 드는 비용, 소비자 인식 부족, 지역 자원 한계 등 다양한 장애 요인도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먼저 제로웨이스트 관광 패키지를 어떻게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지를 전략적으로 분석하고, 이어서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한계점과 해결 방안을 정리해본다.
제로웨이스트 관광 패키지 상품 개발의 전략적 접근
제로웨이스트 관광 패키지를 설계하려면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자는 수준을 넘어, 관광객의 행동 변화 유도와 지역 시스템의 연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무포장, 저탄소, 재사용이 가능한 숙박 및 식음료 장소 확보
기본적으로 제로웨이스트 관광은 숙박과 식사에서 많은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패키지 구성 시, 일회용 어메니티가 없는 호텔이나 다회용 수건·컵 사용을 장려하는 숙소를 포함해야 한다. 식사는 현지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를 제공하고, 리필용기 지참을 권장하거나 다회용기를 대여하는 식당과 제휴해야 한다.
교통 이동은 탄소배출 최소화를 우선 고려
탄소중립 교통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예를 들어 전기차를 활용한 소규모 이동, 대중교통 경로를 중심으로 한 도보·자전거 투어 구성 등이다. 국내 지자체 중 일부는 ‘자전거 여행 코스’를 운영하며, 이와 연계한 숙박 할인이나 공공 자전거 연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된 체험 프로그램 포함
단순 관광보다는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제로웨이스트 상품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체험’, ‘제로웨이스트 리필샵 탐방’, ‘퇴비화 체험 워크숍’ 등을 포함하면 여행객이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는 여행 후 지속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사전·사후 가이드 제공 및 참여 유도 도구 마련
여행자는 ‘왜 이 여행이 환경적 가치가 있는가’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출발 전 제로웨이스트 여행 가이드북을 제공하고, 여행 중에는 재사용 컵·식기 세트, 개인용 포장 줄이기 키트를 지급하는 등의 참여 도구가 필요하다. 일부 여행사는 여행 후 실천 점수와 사진 공유를 통해 리워드를 제공하며 여행의 지속성과 SNS 확산을 동시에 유도한다.
ESG 및 지속가능인증 연계
여행사 입장에서는 단기 수익뿐만 아니라 브랜드 신뢰도 확보가 중요하다. 따라서 제로웨이스트 관광을 ESG 경영의 일부로 연계하거나, 지속가능 관광 인증(예: GSTC, 국내 지자체 인증제 등)을 획득하여 제도적 신뢰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지자체, 공공기관과의 협업에도 유리한 조건이 된다.
제로웨이스트 관광 상품화의 현실적 문제점과 과제
이러한 전략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제로웨이스트 관광 패키지는 아직 대중화되기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다. 이 한계는 크게 소비자 인식, 현장 인프라, 경제적 수지, 제도적 뒷받침 부족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소비자 인식 부족 및 실천 피로감
일반 관광객은 휴가 중 불편을 감수하기를 원치 않는다. 제로웨이스트 관광은 개인 용기 지참, 분리배출, 다회용기 사용 등 실천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피곤한 여행’이라는 인식을 갖기 쉽다. 여행이란 원래 ‘쉬러 가는 것’인데, 환경 실천이 여행의 일부가 된다는 점이 심리적 저항감을 일으킬 수 있다.
지역 인프라 부족
제로웨이스트 관광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숙소, 식당, 교통, 체험 프로그램 등 지역 곳곳에서 실천 가능한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리필샵이 없는 마을, 다회용기 회수 시스템이 없는 카페, 퇴비화되지 않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구조 등은 프로그램 구성을 어렵게 만든다. 결국 여행사가 자체 인프라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는 비용과 운영 부담을 가중시킨다.
수익 모델 한계
제로웨이스트 관광 상품은 일반 패키지보다 인건비와 운영비가 높다. 다회용기 대여와 세척, 지역 체험 프로그램 운영, 포장재 대체 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친환경 여행이라고 해서 가격을 더 지불하려는 경향이 아직 높지 않다. 즉, 높은 운영비와 낮은 가격 저항력 사이에서 수익 모델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제도적 지원 미비
지자체의 지속가능 관광 정책이 제로웨이스트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원금, 인증제, 행정협조 등이 없으면 여행사는 단독으로 이 모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이는 중소 여행사나 지역 커뮤니티 기반 조직에게 큰 부담이 된다. 또한 ESG와 연계된 투자가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소규모 제로웨이스트 관광 사업은 외면받는 경우도 많다.
실천을 여행으로 바꾸는 전략적 시도는 계속돼야 한다
제로웨이스트 관광은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개념이 아니다. 이것은 여행이라는 소비 행위를 통해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게 만드는 참여형 실천 전략이다. 특히 기후위기와 자원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지금, 관광업계는 반드시 환경적 책임을 통합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물론 현재의 제로웨이스트 관광은 인식 부족, 수익성, 인프라 제약 등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그러나 그 시도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여행객이 단 1회라도 ‘환경을 고려한 소비’를 경험한다면, 이는 향후 소비 행동과 사회적 가치 판단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으로는 지자체, 민간기업, 여행사가 함께 협력하여 지역 자원 기반의 순환형 관광 모델을 구축하고, 인센티브 설계와 ESG 기반 투자 유치 전략까지 병행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선택이 아니라, 여행이 지속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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