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상점은 일회용 포장 없이, 필요한 만큼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벌크형(무포장) 제품 판매, 다회용기 리필, 재사용 가능한 생필품 유통 등으로 ‘소비하면서도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소비’라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한국에서도 서울, 부산, 제주 등 여러 지역에 제로웨이스트 상점이 문을 열었고, 꾸준히 관심을 얻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이런 상점이 과연 수익이 날까?”, “포장도 안 하고, 대량판매도 힘든데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실제로 많은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창업 초기엔 관심을 받지만,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의 관심과 방문은 있지만, 구매전환율과 재구매율은 기대 이하인 경우도 있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상점이 어떤 구조로 수익을 내는지,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운영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를 실제 사례와 함께 분석한다. 단순히 ‘착한 가게’가 아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자리 잡기 위해 갖춰야 할 구조적 요건을 살펴보자.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수익모델 4가지 구조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일반 유통업과는 달리, 단순히 ‘물건을 팔아서 남는 마진’만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포장 없는 상품, 적은 재고, 소량 판매라는 특징은 유통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전통적인 유통 방식이 아닌 복합적 수익모델 구조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리필제품 중심의 고정 고객 확보
대부분의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고체 비누, 천연 세제, 곡물류, 오일, 샴푸 등 리필형 제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제품들은 고정 고객을 확보하면 반복 구매 가능성이 높고, 원가 대비 수익률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특히 리필제품은 소분 단가가 낮기 때문에, 구매 단가를 낮게 유지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마진을 기대할 수 있다.
자체 브랜드(PB) 상품 개발
일부 상점은 자체 제작한 천연 세제, 다회용 수세미, 비건 비누, 리넨백 등을 판매하면서 브랜드 정체성과 수익 구조를 동시에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더피커’, 부산의 ‘아로마르’ 같은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PB 상품이 전체 매출의 30~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상품들은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지역 외 소비자에게도 유통된다.
클래스·체험 프로그램 수익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확산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교육과 체험이다. 많은 상점들이 매장 공간 일부를 활용해 천연 세제 만들기, 밀랍랩 만들기, 퇴비화 교육, 제로웨이스트 입문 강의 등을 운영하며 참가비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매출이 아니라, 상점의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구조적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지역 협업 및 B2B 납품
일부 상점은 지역 카페, 공방, 학교, 공유공간 등과 협업해 다회용기 납품, 친환경 키트 구성, 기업 ESG 기획 상품 공급 등 B2B 모델로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리빙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제로웨이스트 키트’를 기업 워크숍이나 사내 캠페인에 활용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이는 고정 고객 외 수익원을 분산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다.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운영 전략과 지속 가능성 요건
단순히 수익 모델을 다양화한다고 해서 지속 가능한 상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일반 매장보다 더 많은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소비자와의 신뢰, 공동체성, 브랜드 철학의 일관성은 구매 전환율과 재방문율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정보 중심’ 매장 운영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정보와 가치를 전달하는 공간이다. 제품에 대한 설명, 사용법, 성분, 제조 과정, 포장 방법 등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시각적으로 풍부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고객은 이곳에서 ‘무엇을 살지’보다 ‘왜 이걸 사야 하는지’를 배우기 때문에, 제품이 아닌 철학이 구매를 이끈다.
커뮤니티 기반 고객 관계 구축
이 상점들이 강조하는 것은 ‘단골’이 아니라 ‘함께 실천하는 공동체’다. 실제로 많은 상점들이 SNS 기반 고객 커뮤니티, 실천 인증 이벤트, 고객 주도 프로그램 제안 등을 통해 상점과 고객의 관계를 수직 구조가 아닌 수평 관계로 전환하고 있다. 고객이 매장 운영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핵심 장치가 된다.
오프라인-온라인 연계 운영
제로웨이스트 제품은 대량 생산·대량 소비 구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많은 상점이 리필제품과 PB 제품을 온라인 스토어와 연동해 운영하고 있으며, 온라인 판매는 재고 회전율을 높이고, 물류비 부담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반복 구매가 많은 제품(예: 고체 치약, 설거지바, EM 세제 등)의 정기구독 모델은 고객 이탈률을 낮추는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천 유도형 매장 동선과 배치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매장 구성에도 차별성을 둔다. 첫 진입 공간에는 재사용 가능한 용기, 천가방, 대체 제품 등을 배치하고, 중앙부에는 리필 존을 배치해 ‘참여’를 유도하며, 퇴장 동선에는 교육용 콘텐츠나 정보 패널을 설치해 ‘반성과 동기 부여’를 남긴다. 즉, 이 매장은 단순한 쇼핑공간이 아니라 ‘소비-실천-교육’이 통합된 경험 공간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소규모 매장 운영과 유연한 재고 관리
과잉 재고는 제로웨이스트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 상점은 소규모 공간, 최소한의 재고 운영, 로컬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공급 구조를 안정화한다. 특히 폐기 상품이 생기지 않도록 1인 가구 기준 용량 구성, 소분 전략, 유통기한 기반 진열 등 정교한 재고 회전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본질은 단지 ‘친환경 제품을 판매한다’는 데에 있지 않다. 그것은 새로운 소비 문화와 자원 순환 방식, 지역 공동체 실천을 연결하는 실험 공간이자 전환 거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상품 마진보다는 소비자와의 관계, 실천의 지속성, 지역 생태계와의 연결성이 수익 구조를 지탱하는 근간이 된다.
지속 가능한 제로웨이스트 상점 운영을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를 갖춰야 한다:
- 반복 소비 가능한 리필 제품군 구성
- PB 상품, 클래스, B2B 연계 등 수익 모델 다각화
- 실천 유도형 정보 제공과 커뮤니티 기반 운영
- 온라인-오프라인 통합 운영과 유연한 재고 전략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단기적 수익보다는 장기적 생태 전환의 기지로서, 작지만 단단한 비즈니스 구조를 지향한다.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고, 조금씩 실천을 시작할 수 있는 일상의 전환점이 되는 것. 그것이 이 상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자, 지속되어야 하는 조건이다.
'제로웨이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로웨이스트 인증 제도 도입 가능성 및 해외 사례 분석 (0) | 2025.07.10 |
---|---|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한 소비자 행동경제학 적용 사례 (0) | 2025.07.10 |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다회용기 세척·회수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필요한 조건 (1) | 2025.07.09 |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어려운 이유와 심리적 장벽 해소 전략 (0) | 2025.07.08 |
제로웨이스트 실천가 1인의 일상 루틴과 소비 변화 분석 (1) | 2025.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