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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기반 로컬 창업 사례와 비즈니스 모델 분석

한때 환경보호 활동은 주로 비영리적인 실천 운동이나 시민 캠페인의 형태로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단순한 ‘의식 있는 소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의 출발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역 기반의 소규모 창업자들이 자원순환, 일회용품 감축, 재사용 제품 유통 등의 요소를 비즈니스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제로웨이스트는 더 이상 개인 실천에 머물지 않는다.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이 확대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의 기업 평가 체계가 확산되면서, 로컬 비즈니스 창업자들 역시 ‘환경과 수익’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전통적인 창업 아이템과 달리, 제로웨이스트 기반 창업은 환경적 미션이 명확하며, 공동체 연계, 사회적 가치 창출, 자원순환 체계 구축 등 다층적인 장점을 포함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기반 로컬 창업 사례

 

이 글에서는 국내외 제로웨이스트 기반 로컬 창업 사례를 살펴보고, 각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구조를 구성했는지, 그리고 어떤 문제를 마주했는지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요소를 분석한다.

 

국내 로컬 제로웨이스트 창업 사례 분석

국내에서 제로웨이스트 창업은 ‘상점’, ‘서비스’, ‘체험공간’ 등 다양한 형태로 출현하고 있다. 공통점은 환경적 목표와 지역 사회 연계를 결합해 독립적인 수익 모델을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사례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더 피커(The Picker)’다. 이곳은 국내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대표 주자로, 리필 스테이션 기반의 무포장 식자재 판매, 다회용기 대여, 천연 생활용품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상점의 수익 구조는 단순히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고객이 가져온 용기 무게 측정 → 내용물만 소분해 판매 → 정산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차별성을 부여한다.

 

더 피커는 친환경 용기 브랜드와 협력하거나 자체 PB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마진 구조를 높였으며, 오프라인 공간을 체험형 교육 장소로도 활용해 워크숍 수익,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비, 기업 ESG 교육 유치 등으로 수입원을 다변화했다.

 

두 번째는 제주에서 운영 중인 ‘제로웨이스트 카페 겸 공방’ 사례다. 이곳은 업사이클링 소품 제작 공방, 카페, 리필숍이 결합된 형태로, 관광객 대상 체험 프로그램과 지역 주민 대상 리유저블 상품 판매를 병행한다. 특히 지역 농산물 부산물을 활용한 수공예품을 만들어 지역 순환경제와 연계된 독특한 상품 차별화에 성공했다. 단순 판매를 넘어 ‘기념품 + 실천 메시지’라는 정체성을 부여해, 제품당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세 번째 사례는 강원도 원주에서 청년 창업팀이 운영하는 ‘모두의 리필’이라는 모바일 기반 리필 서비스다. 이들은 다회용기를 회수·세척·재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정기배송 방식으로 친환경 세제, 주방용품, 샴푸 등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고객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배송 효율을 높였으며,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해 동네 마트에도 ‘리필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있다. 이 모델은 초기 투자와 물류 관리가 복잡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정 고객 기반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로웨이스트 비즈니스 모델 분석: 구조, 수익, 지속 가능성

제로웨이스트 기반 창업은 단지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비즈니스는 다음과 같은 5가지 핵심 구조 요소를 기반으로 설계된다.

 

첫째는 ‘환경 실천을 상품화하는 설계력’이다. 제품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실천의 의미’를 부여해야 시장에서 차별화된다. 고객은 ‘환경을 위한 선택’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동기를 느낄 때, 브랜드 충성도와 재구매율이 높아진다. 더 피커가 제공하는 ‘텀블러 대여 기록 인증’이나, 업사이클 워크숍 참여 후 완성품 소지 등의 시스템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는 ‘수익 구조의 다변화’다. 단일 제품 판매 수익에만 의존하면 원가 상승, 시장 축소, 경쟁 심화 등에 취약하다. 따라서 리필소비, 체험형 교육, B2B 납품, ESG 기업 협업, 공공기관 납품 등 다양한 수익 흐름을 설계해야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기업과의 ESG 연계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셋째는 ‘공간 운영과 커뮤니티 구축’이다. 제로웨이스트 창업의 강점 중 하나는 단골 고객층이 형성되기 쉽다는 점이다. 고객은 단순 소비자에서 나아가, 활동가이자 홍보자로 전환된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정기 강좌, 환경 책 큐레이션, 플리마켓 개최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연결망을 강화할 수 있다.

 

넷째는 ‘물류 및 회수 시스템의 효율화’다. 리필 스테이션이나 다회용기 서비스를 기반으로 할 경우, 세척·보관·회수·교환 프로세스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수다. 모바일 앱, 자동화 시스템, RFID 태그 등을 활용한 디지털화 전략이 병행되어야 확장 가능성이 열린다.

 

다섯째는 ‘브랜드 스토리와 윤리성’이다. 제로웨이스트 창업은 기본적으로 윤리 소비와 맞닿아 있다. 따라서 브랜드가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는지,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특히 SNS 콘텐츠, 유튜브 브이로그, 인터뷰 콘텐츠 등을 통해 창업자의 신념이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 신뢰도가 상승한다.

 

이처럼 제로웨이스트 기반 창업은 물건을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과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창업은 지속가능성과 수익의 교차점

제로웨이스트 창업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이라는 전 지구적 가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현실적 요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출현한 새로운 창업 모델이다. 특히 로컬 단위에서 실천되는 제로웨이스트 창업은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경제적 자립을 도모할 수 있는 사회혁신형 비즈니스의 핵심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 창업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팔겠다’는 차원을 넘어, 공간 설계, 고객 경험, 물류 인프라, 커뮤니티 전략, ESG 파트너십 등 다차원적인 요소가 설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화는 결국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 지역 확산 가능성을 모두 높이는 전략이 된다.

 

앞으로 제로웨이스트 기반 창업은 더 많아질 것이며, 점점 더 정교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은 그 마음을 실천 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로 번역할 수 있는 기획력과 실행력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