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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실천과 지역 커뮤니티 예술(공예, 음악)의 융합 사례

제로웨이스트와 지역 커뮤니티 예술, 지속 가능성을 노래하고 만들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더 이상 환경 운동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오늘날에는 일회용품을 줄이고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실천이 일상의 문화로 확장되고 있으며, 특히 지역 단위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형태의 예술 활동과 융합되며 새로운 형태의 ‘참여형 환경운동’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술은 언제나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도구였습니다. 노래, 그림, 공예, 연극 등은 시대의 고민과 가치를 담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해왔죠. 이제 그 무대에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하면서 제로웨이스트와 커뮤니티 예술의 만남은 전혀 새로운 시너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와 지역 커뮤니티 예술

 

특히 지역 사회 내에서는 예술이 단순히 표현의 도구를 넘어서 주민 참여, 지역 문제 해결, 공동체 재구성의 매개로 기능합니다. 폐자재로 만든 조형물, 쓰레기 재료로 완성한 예술 공연, 마을 전체가 함께한 리사이클 전시회 등은 예술이 환경을 돕는 방식이자, 공동체가 스스로 변화하는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지역 커뮤니티 예술과 어떻게 만나고, 또 어떤 방식으로 실천과 참여를 유도하며, 궁극적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지역 예술과 제로웨이스트, 왜 만나야 했을까?

제로웨이스트는 철학이자 실천입니다. 그러나 그 실천은 때로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쓰레기를 줄인다는 말은 쉽지만, 실제로 생활을 바꾸는 일은 적지 않은 저항을 동반하죠. 반면 예술은 감성적 접근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규칙을 강요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만들고, 메시지를 설명하는 대신 스스로 느끼게 하죠. 제로웨이스트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삶’이 삶의 감각 속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말보다는 경험, 규칙보다는 표현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예술이 공동체 형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을 어귀의 벽화, 주민들이 함께 만든 벤치, 아이들이 꾸민 놀이터 등은 단순한 미관 개선을 넘어 지역 정체성을 만들고, 사람을 연결하는 수단이 됩니다. 여기에 제로웨이스트가 더해지면, 지역 예술은 환경 실천의 플랫폼으로 확장됩니다. 이는 단지 예쁜 공공미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민 모두가 예술의 일부가 되고, 동시에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주체가 되는 구조로 발전하게 됩니다.

 

융합 사례 1 버려진 자원을 다시 살리는 공예 프로젝트

강원도 정선에서는 지역 예술가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 ‘다시 쓰는 살림展’이라는 프로젝트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폐가전, 버려진 목재, 낡은 천 등 쓰레기라고 여겨졌던 자원을 재구성해 공예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단순히 예술가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직접 재료를 수집하고, 손으로 가공해 생활용품과 예술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었죠.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단순한 미술 체험을 넘어, 쓰레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원순환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얻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예술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아름다운 공예품이 아니라, 주민과의 협업으로 만든 ‘이야기 있는 예술’이었기에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 하나하나에는 이웃의 사연이 담겼고, 공예품은 다시 그들의 삶 속에서 쓰임을 얻으며 지속 가능한 예술로 기능했습니다. 전시 후에는 일부 작품이 지역 카페나 마을 공동공간에 비치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쓰레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매개가 되었습니다.

 

융합 사례 2 재활용 소재로 만든 지역 음악 축제

전라남도 담양에서는 ‘소리를 주워 담다’라는 이름의 마을 음악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행사는 쓰레기 수거와 음악 예술을 결합한 색다른 시도였습니다. 지역 초등학생, 청년 밴드, 시니어 음악 동호회까지 전 세대가 함께 참여한 이 행사는, 먼저 마을 곳곳의 플라스틱, 병뚜껑, 깡통, 철사를 수거하는 활동으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수거한 재료를 활용해 악기를 만들고, 그 악기로 마을 콘서트를 열었던 것이죠.

 

깡통으로 만든 드럼, 페트병으로 만든 마라카스, 병뚜껑으로 만든 탬버린은 전문 악기는 아니었지만, 참여자들의 손에서 탄생한 생생한 도구였습니다. 이 음악회는 단순히 ‘재밌는 행사’가 아니라, 쓰레기를 자원으로 바꾸는 경험을 공동체가 함께 누리는 플랫폼이 되었고, 어르신부터 아이까지 누구나 자신이 만든 악기로 공연에 참여하면서 ‘나는 환경을 위해 뭔가를 해냈다’는 감각을 공유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활동은 ‘제로웨이스트는 창의적인 실천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역사회 전체에 던졌습니다.

 

융합 사례 3 거리 미술과 시민 참여형 재활용 캠페인

서울의 성북구에서는 ‘길 위의 순환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예술가들과 시민이 함께 만드는 재활용 예술 캠페인이 진행되었습니다. 쓰레기 수거일에 맞춰 주민들이 내놓은 플라스틱, 종이박스, 헌 옷 등을 활용해 골목마다 ‘순환 오브제’를 설치하는 프로젝트였죠. 이 프로젝트는 지나가는 시민들이 그 작품을 보고 QR코드를 찍으면, 해당 작품이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재활용 실천의 의미가 무엇인지 소개하는 웹페이지로 연결되게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캠페인 기간 중에는 주민 누구나 가져온 쓰레기로 자신만의 작은 예술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오픈 작업장’이 함께 운영되어, 관람과 체험을 동시에 유도했습니다. 참여자들은 “이런 작업이 단순히 예술이라기보다, 마치 환경을 공부하는 놀이터 같다”는 반응을 보였고, 일부 주민들은 이후에도 자체적으로 분리배출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업을 이어나갔습니다. 이처럼 제로웨이스트는 예술과 만날 때 강요 없는 실천을 가능하게 만들고, 개인이 아닌 공동체로 확장되는 연결고리를 형성합니다.

 

예술은 쓰레기를 비판하지 않는다, 가능성을 제안한다

예술이 제로웨이스트와 만나는 순간, 실천은 의무에서 창조로, 반복에서 감동으로 바뀝니다.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실천하게 만드는 감성의 힘이 예술에 있고, 그것이야말로 ‘환경 운동의 문화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역 커뮤니티에서의 이러한 시도들은 제로웨이스트를 단지 실천하자는 목소리를 넘어서,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풀어낸 사례입니다.

 

앞으로 제로웨이스트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넓은 사회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이런 예술적 접근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특히 지역 단위의 예술 융합 프로젝트는 그 지역만의 색깔을 담을 수 있고, 실천의 주체를 전문가에서 시민으로 넓혀주며, 동시에 새로운 세대와 감성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는 ‘환경을 지키자’는 문장이 아니라, ‘이렇게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서사에서 시작됩니다. 그 서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예술이며, 제로웨이스트는 지금 그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