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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학교 프로그램의 도입과 마을 확산 연계 사례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단지 어른들의 환경 실천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화되어야 하는 문화적 변화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시작점이자 확산의 거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제로웨이스트 학교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마을 전체가 자원순환 문화를 공유하게 된 사례가 늘고 있다.

 

학교는 단순히 교육 콘텐츠를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아이들의 일상 행동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를 가정과 지역사회로 확산시키는 중요한 매개체다. 급식 잔반 줄이기, 분리배출 습관화, 개인 식기 사용, 포장 없는 간식 챌린지 등은 모두 실천 중심의 제로웨이스트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면, 학생들은 가정 내에서도 실천을 유도하며 부모와 지역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제로웨이스트 학교 프로그램 도입 및 마을 확산 사례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학교 프로그램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학교를 매개로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결되어 ‘마을 전체의 제로웨이스트 문화 확산’으로 이어지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분석한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환경 실천의 출발점으로서 교육의 역할과 그것이 지역사회에 끼치는 확산 효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학교 안에서 시작되는 제로웨이스트 실천 교육

제로웨이스트 학교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생활 밀착형 실천 중심 교육으로 구성된다. 단순히 쓰레기의 문제점에 대해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쓰레기를 분류하고 감량하며, 실천 데이터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방식이 많다. 일부 학교는 급식실 음식물 쓰레기 무게 측정, 일회용품 사용 기록부 작성, ‘제로포장 주간’ 캠페인을 통해 실생활과 교육을 연결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A초등학교는 학년별로 제로웨이스트 실천 활동을 분화해 진행했다. 1~2학년은 손수건 사용과 간식 쓰레기 줄이기, 3~4학년은 분리배출 정확도 높이기와 비닐 줄이기, 5~6학년은 학교 내 텀블러 사용 문화 정착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실천 기록을 사진과 메모로 남기고, 이를 ‘제로웨이스트 실천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학년 말 전시회를 열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교과 수업과도 연계된다. 과학 시간에는 플라스틱의 분해 시간과 환경 영향을 분석하고, 사회 시간에는 폐기물 정책과 지자체 제도를 배운다. 미술 시간에는 폐자원을 활용한 공예작품을 만들고, 국어 시간에는 환경 실천 수필이나 광고 문구를 창작한다. 이런 방식은 아이들이 ‘환경 보호는 시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방식’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든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교사와 행정의 협력이다. 일회용품 없는 학교 행정 방침, 간식 선택 시 포장 없는 품목 우선 구매, 학부모 대상 제로웨이스트 설명회 등 학교 자체 시스템이 바뀌어야 학생 실천도 현실화된다. 일부 학교는 급식실에서 스테인리스 수저 도입, 일회용 국그릇 퇴출, 남은 음식 리필 존 운영 등을 통해 학생의 실천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학교는 일회성 캠페인 중심이 아닌, 구조적 실천 기반이 마련되어야 장기적 효과를 낼 수 있다.

 

학교에서 마을로: 제로웨이스트 문화의 확산 구조

학교 제로웨이스트 프로그램이 마을 전체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가정-지역사회-행정’의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 실천을 유도하고, 부모가 생활습관을 바꾸면 그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지역 내 상점, 시장, 공공시설 등으로 확산된다. 실제로 제주도의 한 초등학교는 ‘쓰레기 없는 도시락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상인들과 협업해 포장 간식을 리필 용기로 공급받는 구조를 만들었다.

 

또한 학부모와 지역 상인이 함께 참여하는 제로웨이스트 지역협의회가 형성되어, 학교 실천 사례를 마을 전체로 확장하는 노력이 이어졌다. 이 협의회는 포장재 없는 시장 부스 설치, 마을 카페 텀블러 이용 캠페인, 지역축제에서의 일회용품 금지 등의 조치를 추진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 차원의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만들어내는 기반이 되었다.

 

한편 충청북도의 B중학교는 학생들이 만든 제로웨이스트 지역신문을 주민센터와 시장에 배포하면서 마을 내 홍보 효과를 확산시켰고, 지역 내 15개 상점이 제로웨이스트 상점 인증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학교의 작은 실천이 지역의 소비 방식과 상점 운영 문화까지 바꾸는 촉진제 역할을 한 것이다.

 

이처럼 학교 프로그램이 마을 확산으로 이어지려면, 행정의 연결 노력도 중요하다. 일부 지자체는 제로웨이스트 학교에 별도의 지원 예산, 실천 성과 포상, 행정 협업 인력 등을 배정해 학교-지역 간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제로웨이스트 실천 우수학교-우수가정-우수상점 연결 인증제를 통해 학교가 마을의 중심 플랫폼으로 기능하도록 구조화한 곳도 있다.

 

즉, 학교는 단지 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이자 실천 문화를 배양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에서 문화로, 제로웨이스트의 가장 강력한 루트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강제나 의무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은 문화로 체화되어야 지속 가능하며, 그 시작은 교육에서 비롯된다. 특히 초중고 학교에서의 생활 기반 실천 교육은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학생이라는 작은 단위가 지역 전체를 바꾸는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다.

 

학교는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쓰레기 없는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그 가능성을 가정과 마을로 확산시킨다. 단기적 캠페인이 아니라 생활 시스템으로서의 자원순환 구조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만드는 과정은, 교육에서만 가능한 역할이다. 마을은 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된다.

 

앞으로 더 많은 지자체와 교육청이 학교 제로웨이스트 프로그램을 제도화하고 지역 연계형으로 설계해야 한다. 마을은 학교와 연결되어야 하고, 학교는 지역사회 안에서 성장해야 한다. 그 구조 속에서 제로웨이스트는 단지 쓰레기를 줄이는 활동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고 지역의 문화를 재구성하는 장기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제로웨이스트 마을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교육은 학교라는 가장 강력한 생활 실천의 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