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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마을과 사회적 기업 간의 협력 모델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마을은 단순히 폐기물을 줄이는 것을 넘어, 삶의 구조를 바꾸는 커뮤니티 전환 모델이다. 이 마을들은 보통 주민 참여, 행정 지원, 생활 실천이라는 세 축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최근 주목받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 있다.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수익 창출과 동시에 사회 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조직으로, 환경, 복지, 교육, 지역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마을은 실천에 필요한 다양한 인프라와 서비스, 프로그램 운영, 주민 참여 유지 등에 있어 지속성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마을 단위만으로는 인력, 기술, 자원 등의 제약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때 사회적 기업이 협력 파트너로 들어오면 마을은 새로운 동력을 얻고, 사회적 기업은 지역 기반의 수요를 확보하며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마을과 사회적 기업의 협력 모델

 

특히 마을과 사회적 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할 경우, 단발성 프로젝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마을과 사회적 기업 간의 협력 모델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살펴보고, 어떤 형태로 연결되고 어떤 효과를 내는지 분석한다. 또한 앞으로 확산 가능한 협력 구조의 설계 방향도 함께 모색해 본다.

 

제로웨이스트 마을의 현실적 한계와 사회적 기업의 기능

제로웨이스트 마을은 실천 중심 구조로 운영되지만, 시스템 유지와 확장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분리배출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수거와 분류 인력이 필요하고, 리필 상품 유통을 위해선 물류와 재고 관리가 필요하며, 주민 교육과 캠페인을 지속하려면 콘텐츠 개발과 운영 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영역은 대부분 마을 내부 자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전문성과 지속성을 요구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사회적 기업은 환경 교육, 순환물류, 친환경 제품 개발, 일자리 창출 등 제로웨이스트 마을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전문화된 형태로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 세제나 비포장 식재료를 공급하는 로컬 리필 기업은 마을 리필 스테이션 운영에 안정적인 제품을 제공하며, 마을 내 리사이클 센터를 사회적 기업이 위탁 운영함으로써 프로페셔널한 재활용 수거·판매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사회적 기업은 마을의 자원을 외부 시장과 연결하는 유통 및 마케팅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제로웨이스트 마을에서 생산한 재사용 원단 제품이나 음식물 퇴비를 이용한 지역 농산물 등을 사회적 기업이 브랜딩 하고 외부로 판매하면, 마을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사회적 기업은 지역 기반의 신뢰와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마을 단위의 자원 순환 구조가 단절되지 않고 외부와 연결되는 지속 가능한 경제 순환 구조로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실제 사례 중심의 협력 모델 구성 방식

한국 내에서도 제로웨이스트 마을과 사회적 기업이 협력한 사례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경기도 Y시의 한 마을과 사회적 기업 ‘리유즈랩’ 간의 협력이다. 이 마을은 2022년부터 제로웨이스트 시범마을로 지정되었지만, 리필 매장 운영에 대한 노하우와 유통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리유즈랩은 리필제품 공급과 운영 매뉴얼을 제공하고, 지역 주민 2명을 채용해 상시 관리가 가능하도록 지원했다. 이 결과 마을의 리필 스테이션은 안정적으로 운영되었고, 주민들의 참여율도 크게 증가했다.

 

또한 전북 A시에서는 사회적 기업 ‘슬로웨이스트’가 제로웨이스트 마을과 협력해 지역 내 다회용기 회수 및 세척 시스템을 구축했다. 마을 내 카페와 음식점에서 발생하는 다회용기를 수거해 중앙 세척소에서 위생 처리한 후 다시 공급하는 순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청년 3명을 신규 채용하는 일자리도 만들어졌다. 마을은 쓰레기를 줄이고, 사회적 기업은 고용을 창출하는 상생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 외에도 환경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 마을 내 초·중학교에서 제로웨이스트 수업을 맡고, 쓰레기 감량 우수 가구를 선정해 상품을 제공하는 마케팅 활동을 협력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마을과 사회적 기업의 협력은 단지 한쪽의 일방적 위탁이 아니라, 필요와 자원을 교환하는 수평적 파트너십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공적인 협력의 핵심은 마을의 철학과 사회적 기업의 미션이 일치할 것, 그리고 단기적 수익이 아닌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이라는 공동 목표를 공유하는 데 있다. 이 점이 충족될 때, 양측 모두 성과를 내고 지역사회에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마을, 사회적 기업과 손잡고 성장하다

제로웨이스트 마을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참여와 행정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장의 실무를 책임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운영을 가능케 할 파트너가 필요하며, 사회적 기업은 바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주체다.


사회적 기업은 환경 분야에 대한 이해와 실행력을 갖추고 있으며, 지역사회 내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협력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제로웨이스트 마을이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장기 지속 가능한 지역 전환 모델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으로 더 많은 마을과 사회적 기업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자체는 이들 간 협력을 촉진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실험적 시도를 위한 파일럿 예산을 지원하며, 우수 협력 사례를 확산시키는 정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기업이 단순한 사업 수행자가 아닌, 지역 생태계 설계자이자 마을의 동반자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행정적 신뢰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결국 쓰레기 없는 마을은, 쓰레기를 줄이는 기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마을 안에 가치를 나누는 사람들, 사명을 실천하는 조직, 그리고 공동체를 지향하는 경제 구조가 존재할 때, 진정한 제로웨이스트는 가능해진다. 사회적 기업과의 협력은 그 구조를 가능하게 만드는 열쇠다. 이제는 마을과 기업이 함께 쓰레기를 줄이고, 함께 지역을 살리는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