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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추진 중 갈등 사례와 해결 전략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은 자원 낭비를 줄이고, 순환 구조를 일상화하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이다. 그러나 그 지향이 아무리 선한 것이라 해도, 현장에서의 실행은 종종 갈등을 동반한다. 주민들의 생활 습관을 바꾸는 일, 행정과 커뮤니티 간 책임 분담, 상인이나 교육기관과의 이해 충돌 등은 제로웨이스트 정책이 마을이나 도시에서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다.

 

갈등은 변화가 일어나는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그 갈등을 어떻게 진단하고, 해결하며, 공동체의 에너지로 전환하는가에 있다. 특히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생활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실천이기 때문에, 정서적 저항과 문화적 충돌을 함께 동반하는 복합적인 갈등이 발생한다.

 

제로웨이스트 추진 갈등과 해결 방안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추진 중 실제로 나타난 갈등 사례들을 정리하고, 각 사례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를 분석한다. 갈등이 더 큰 실천 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갈등의 예방-관리-해결 단계별 전략도 함께 정리해보려 한다.

 

제로웨이스트 실제 갈등 사례 1: 생활 실천에서의 주민 반발

공동 분리배출소 운영에 대한 거부감 – 서울 ○○구

서울의 한 제로웨이스트 시범 마을에서는 기존의 개별 배출 방식을 폐지하고 ‘공동 분리배출소’를 설치했다. 분리 정확도를 높이고, 배출 시간대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일부 주민은 “귀찮고 불편하다”, “왜 집 앞에 버릴 수 없게 만드느냐”는 반발을 보였다. 특히 고령자나 맞벌이 가정의 경우, 공동 배출 시간에 맞춰야 하는 점에서 생활 불편을 호소했다.

 

이 문제는 마을 주민회, 자치센터, 환경단체가 함께 ‘대면 설문조사’와 ‘갈등 토론회’를 병행하면서 점진적으로 해소되었다. 고령자 가구에는 문 앞 수거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일정 시간 이후엔 공동배출소에 개별로 투입할 수 있는 추가 슬롯을 설치해 접근성을 개선했다.


이후 참여 주민 중 68%가 "처음엔 불편했지만, 이젠 쓰레기를 줄이는 데 실감이 간다"는 반응을 보였고, 주민 자율 감시조가 배출 품질을 관리하는 구조로 전환되었다.

다회용기 사용 캠페인에 대한 상인 반발 – 부산 ○○시장

부산의 한 재래시장에서 제로웨이스트 마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비닐 대신 다회용기 사용’을 유도하는 캠페인이 진행됐다. 일부 상인은 “용기 제공도 안 되고, 고객이 다회용기 들고 오면 오히려 응대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캠페인 참여를 거부했다. 실제로 상인들은 위생 문제, 포장 시간 증가, 고객 반응 악화 등을 걱정했다.

 

이에 대해 추진단은 시장상인회를 중심으로 ‘실증 테스트’를 제안했고, 1개월간 총 10개 점포에서 다회용기 사용 고객 응대, 소요 시간, 위생 관리 부담 등을 수치화해 평가했다.


그 결과 포장 시간은 평균 12초 늘어났지만, 단골 고객 유지율이 1.5배 상승했고, SNS 홍보에 따른 신규 고객 유입도 관찰되었다. 이 데이터는 갈등을 ‘정량적 근거’로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후 참여 점포는 38개로 확대되었다.

 

제로웨이스트 갈등 해결 전략 2: 정책-문화 간 충돌을 푸는 설계 방식

갈등은 단지 불편함이나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 문화나 생활 감정과 충돌할 때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한 ‘설득’이 아니라, ‘경험’과 ‘참여 설계’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요구된다.

“안내”가 아니라 “협의”로 시작하는 정책 설계

행정이나 추진단이 일방적으로 계획을 통보하는 방식은 갈등을 증폭시킨다. 주민 입장에서는 마치 외부에서 강제된 변화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제주 한 마을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를 도입하면서 처음부터 ‘마을 설명회’를 연 것이 아니라, 10 가구 단위로 모여서 실험조를 구성하고, 1개월간의 결과를 토대로 제도를 설계했다.

 

이 방식은 “우리가 만든 정책”이라는 주체 의식을 형성하게 했고, 퇴비 활용도 높아졌으며, 불만은 사전에 조정되었다. 주민 참여 기반의 소규모 시범 운영 → 확대 협의 → 전면 도입 방식은 갈등을 줄이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다.

정서적 설득이 가능한 '스토리텔링 캠페인'

사람은 논리보다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분리배출률이 60%라는 수치보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아이들이 놀던 강가에 떠다닌다”는 이야기 한 편이 더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서울의 한 제로웨이스트 교육마을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마을 쓰레기 다큐 영상을 부모와 주민에게 상영하면서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영상은 단순한 교육보다 훨씬 더 깊은 공감을 자아냈고, 이후 주민 80% 이상이 “아이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응답했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단순한 계도가 아니라, 감정의 접점을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중요하다.

 

제로웨이스트 갈등은 실패의 징후가 아니라, 성장의 조건이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에서 갈등은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우리가 바꾸고자 하는 것은 단지 제도나 배출 방법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습관, 감정,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갈등은 실패의 징후가 아니라, 정책 설계가 더 정교해질 수 있는 기회로 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갈등을 ‘피하지 말고, 구조화하라’는 점이다. 사전에 갈등 가능성을 분석하고, 소통 채널을 열어두며,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참여 설계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민을 단순한 ‘실천 대상’이 아니라, 실천의 주체이자 공동 설계자로 대우하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 문제 해결을 넘어서, ‘함께 더 나은 마을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은, 잘 다뤄질 때 오히려 마을을 단단하게 만드는 접착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