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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실천가 1인의 일상 루틴과 소비 변화 분석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말은 쉽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개념이다. 일회용 포장 없는 장보기, 플라스틱 없는 세안, 종이 없이 업무 보기… 현대인의 일상에서 쓰레기를 아예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불편한 삶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개념을 실천으로 옮긴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매일의 선택에서 조금씩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순환에 기여하며, 소비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제로웨이스트 실천가 1인의 일상 생활

 

이번 글에서는 국내에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한 실천가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하루 24시간의 루틴과 소비 습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단순한 이론이 아닌 ‘한 사람의 생활 변화’를 통해 제로웨이스트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보여주는 시도다. 누군가의 실천을 따라가며, 우리는 질문할 수 있다. ‘나도, 쓰레기 덜 내는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까?’

 

아침부터 잠들기까지: 제로웨이스트 실천가의 하루 루틴

이번 분석의 주인공은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34세 1인 가구 여성 A씨다. 그녀는 3년 전부터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시작했고, SNS에서 약 1만 명의 팔로워에게 자신의 실천을 공유하고 있다. 아래는 그녀의 하루 루틴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모습이다.

아침 7:00~9:00 – 욕실과 주방의 쓰레기를 줄이다

A씨는 일회용 면도기와 칫솔 대신 스테인리스 면도기와 대나무 칫솔을 사용한다. 세안용품은 고체 클렌저와 천연 비누로 대체했고, 샴푸와 린스는 리필샵에서 가져온 리필제품을 유리병에 담아 쓴다. 세면대 위에는 플라스틱 제품이 거의 없다. 아침 식사는 대부분 직접 만든 그레놀라, 잼, 두유 등으로 구성된다. 모두 무포장 매장에서 용기를 들고 구매한 재료들이다. 유통기한 확인과 보관이 어려울 수 있지만, A씨는 ‘먹을 만큼만 사기’를 원칙으로 한다. 플라스틱 포장 식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오전 9:30~오후 6:00 – 직장인의 제로웨이스트 도전

A씨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대부분의 업무를 집에서 수행한다. 문서 출력 없이 모든 회의와 계약은 PDF로 처리하고, 펜과 노트는 재생지와 리필형 볼펜만 사용한다. 커피는 텀블러를 들고 동네 카페에서 받아오며, 종이컵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다. 점심은 도시락이나 간편식으로 해결하지만, 모두 다회용 용기에 포장하거나 직접 조리한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배달 음식은 아예 끊었다. 외출 시에는 대형 에코백에 장바구니, 용기, 수저세트, 손수건까지 챙기는 것이 일상이다.

오후 6:30~밤 11:00 – 소비, 쇼핑, 여가의 선택 기준이 달라졌다

A씨는 주 1회 마포의 제로웨이스트 마켓을 방문해 식재료와 생필품을 구매한다. 모든 제품은 벌크형(무포장)으로, 스테인리스나 유리 용기를 지참해 담는다. 세제, 샴푸, 세척제 등도 모두 리필 형태다. 쇼핑은 적지만, 그만큼 철저히 계획하고 소비한다. 책은 종이책 대신 전자책으로, 취미 용품은 중고 마켓을 이용하거나 빌린다. 스트리밍 콘텐츠를 소비하고, 포장지 없는 선물 교환을 제안하며, “물건을 사지 않는 소비”에도 가치를 둔다. SNS에는 ‘오늘 안 산 것’, ‘오늘 안 버린 것’을 공유하며, 실천을 기록한다. A씨의 하루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쓰레기 감량률은 평균 가정 대비 약 70% 이상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그렇게 살 수 있다’는 현실성 있는 모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후 소비 습관은 어떻게 달라졌나?

A씨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소비에 대한 관점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소비는 더 이상 ‘필요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환경에 남기는 흔적을 줄이는 선택’이 되었고, 그 결과 시간, 돈, 감정 에너지까지 달라졌다고 말한다.

구매 빈도는 줄고, 계획 소비는 늘었다

이전에는 주말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지만, 이제는 주 1~2회 소규모 리필 마켓에서 목록을 미리 작성해 필요한 것만 산다. 충동구매는 거의 없고, 계획 소비가 생활화되었다. 덕분에 한 달 식비와 생필품 소비는 기존보다 약 20~30% 절감되었다.

브랜드보다 생산 과정과 재료에 집중

제품을 고를 때는 이제 브랜드보다 원료, 제조과정, 포장재, 기업 철학을 먼저 본다. 대기업 제품보다 소규모 친환경 브랜드나 사회적 기업 제품을 선호하며, 구매 과정에서의 '가치 공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물건을 '소비'가 아닌 '순환'의 일부로 인식

버리는 행위에 민감해지면서, 물건을 살 때부터 ‘언제, 어떻게 순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다 쓴 치약 튜브는 회수 프로그램에, 헌 옷은 지역 공유 센터에, 남은 음식은 직접 퇴비화한다. 소비는 곧 자원 순환의 시작점이 되었다.

불편함은 있지만, 그 불편함이 생각을 만든다

제로웨이스트 생활은 편하진 않다. 손이 더 가고, 귀찮은 일이 많다. 하지만 A씨는 말한다. “그 불편함 덕분에 내 선택에 책임을 느끼게 됐고, 소비가 훨씬 더 주체적인 일이 됐어요.” 이는 제로웨이스트가 단순한 환경 실천이 아닌, 삶의 태도 변화임을 잘 보여준다.

 

1인의 실천이 보여주는 변화의 가능성

제로웨이스트는 완벽하게 쓰레기를 없애는 삶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만드는 쓰레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줄일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는 과정이다. 이번에 소개한 실천가 A씨의 하루는 그 어떤 정책보다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적용 가능한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그녀의 루틴은 누구나 당장 따라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텀블러를 챙기기”, “무포장 제품을 먼저 고르기”, “한 달에 한 번 리필 마켓 가보기” 같은 작은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우리의 하루가 바뀌면, 한 도시가 바뀔 수 있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나의 소비를 다시 바라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