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순환하며, 환경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다. 농촌이나 소규모 마을에서는 공동체 기반의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성공적으로 정착된 사례가 있지만, 대도시나 중규모 도시에서는 비슷한 모델이 제한적인 효과에 머무르거나 조기에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도시형 제로웨이스트 모델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대부분 단기 캠페인이나 파일럿 형태에서 멈추고 있다.
그렇다면 왜 도시에서는 제로웨이스트가 정착되기 어려울까? 도시에는 더 많은 인구와 자원, 기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실천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도시형 제로웨이스트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구조적 전환이 필요할까?
이 글에서는 국내 도시형 제로웨이스트 모델이 실제 현장에서 정착되기 어려운 이유들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극복 전략과 정책 방향을 함께 제시한다. 도시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단, 도시만의 조건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할 뿐이다.
도시형 제로웨이스트 모델이 어려운 주요 원인
도시에서 제로웨이스트 정책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생활 구조의 분절성, 실천 여건의 제약, 정책 추진 방식의 한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은 본질적으로 고밀도·고속도·고분절화되어 있다. 1인 가구 비율이 높고, 음식 배달, 택배, 외식 비중이 커서 일상 자체가 포장과 일회용에 의존하는 구조다. 특히 쓰레기 배출이 개별화되어 있어 공동의식이나 책임감을 형성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인프라 문제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해 필요한 리필 스테이션, 다회용기 수거 시스템, 공용 분리수거소, 주민 참여 공간 등 물리적 기반이 도시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상업공간 임대료는 높고, 시설은 주거 밀집구역과 동떨어져 있어 주민 접근성이 떨어진다. 특히 도시의 환경정책은 대부분 행정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주민이 실질적으로 운영을 주도하거나 공간을 활용할 기회가 제한적이다.
세 번째는 정책의 추진 방식이다. 도시에서는 대부분 제로웨이스트 정책이 일회성 캠페인, 전시성 시범사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구청이나 시청 주도로 ‘제로웨이스트 플리마켓’, ‘일회용품 없는 행사’ 등은 간헐적으로 열리지만,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나 예산 기반은 약하다. 사업이 중단되면 실천도 사라지고, 시민 참여도 낮은 수준에서 머물게 된다.
또한 도시에서는 정책 효과를 측정하고 피드백을 받는 시스템도 부재하다. 어떤 활동이 쓰레기 감축에 실제로 얼마나 기여했는지, 참여자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분석할 장치가 부족하다. 데이터 기반의 실행과 조정이 어려운 구조 속에서 제로웨이스트 정책은 ‘확신 없는 추진’으로 반복된다.
도시형 제로웨이스트 실현을 위한 4가지 극복 전략
도시에서 제로웨이스트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농촌 모델을 도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도시 특성을 반영한 구조적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다음은 그 핵심 전략 4가지다.
첫째, 생활권 중심의 마이크로 인프라 구축이다. 도시 거주민은 먼 곳까지 분리수거나 리필을 위해 이동하기 어렵다. 따라서 아파트 단지, 지하철 역사, 동 주민센터, 마트 인근 등 생활 동선과 밀접한 장소에 리필존, 다회용기 회수함, 포장재 반납함 등을 설치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서울시 일부 구청은 최근 공동주택 대상 다회용기 회수 거점 설치 사업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델은 더 확장될 필요가 있다.
둘째, 민간 협력 기반의 운영 모델 도입이다. 도시에는 다양한 스타트업, 사회적 기업, 주민조직이 존재한다. 이들과 협력해 리필 유통, 교육, 회수·세척 등의 업무를 분담하고, 행정은 제도와 예산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민·관 공동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카페프랜차이즈와 협업해 테이크아웃 전용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배달 플랫폼과 함께 ‘무포장 배달존’을 지정하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셋째, 디지털 기반의 실천 플랫폼 구축이다. 도시민은 바쁘고 빠르다. 따라서 실천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해, ‘제로웨이스트 챌린지’, ‘쓰레기 감량 인증’, ‘참여 리워드’ 등의 서비스를 연동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은 실천 동기 유발은 물론, 정책 효과 데이터를 수집하고 피드백하는 도구로도 활용 가능하다. 일부 지자체는 ‘제로웨이스트 마일리지 앱’ 시범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넷째, 행정의 정책 지속성과 공간 중심 전략 강화다. 도시형 제로웨이스트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캠페인 중심에서 시스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목표 설정, 예산 확보, 전담 인력 배치, 정책 평가 지표 개발 등이 필요하다. 또한 주민이 실천을 공유하고 학습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 센터’ 같은 상설 공간도 필수적이다. 도시 속 작은 실천 허브를 만드는 것이 곧 변화의 씨앗이 된다.
도시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조건만 맞으면
도시는 분명 농촌보다 복잡하다. 사람도 많고, 이해관계도 얽혀 있으며, 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그만큼 자원과 기술, 인력, 창의적인 조직이 풍부한 공간이기도 하다. 제로웨이스트가 도시에서 작동하기 어려운 이유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설계 부재다. 도시 특유의 구조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정책 지속성과 주민 참여 기반을 확보하면 도시형 제로웨이스트는 충분히 가능하다.
결국 핵심은 ‘삶의 구조’다. 도시민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줄이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로웨이스트 정책의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 반경 안의 실천 인프라, 실효성 있는 협력 구조, 데이터 기반 운영, 장기 행정 계획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단순히 포스터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행정과 커뮤니티의 역할이다.
앞으로 도시형 제로웨이스트 모델은 반드시 늘어날 것이다. 특히 1인 가구, 청년층, 고령층이 밀집한 도시에서 쓰레기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도시 특화형 제로웨이스트 전략이 정책 중심에 올라와야 한다. 쓰레기 없는 도시도 가능하다. 단지 그것을 디자인할 의지와 설계가 필요할 뿐이다.
'제로웨이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로웨이스트 마을의 리더십 구조: 시민 주도 vs 행정 주도 (0) | 2025.07.03 |
---|---|
제로웨이스트와 순환경제의 결합: 실제 적용 사례 분석 (0) | 2025.07.02 |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확산을 위한 커뮤니티 교육 전략 (2) | 2025.07.02 |
제로웨이스트 마을과 사회적 기업 간의 협력 모델 (0) | 2025.07.01 |
제로웨이스트 학교 프로그램의 도입과 마을 확산 연계 사례 (0) | 2025.07.01 |